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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천국 해결 방법

기사입력 2007.03.2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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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조직폭력(조폭·組暴)은 성공한 비즈니스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최근 연구보고서(이하 연구보고서)는 조직원의 평균 월 수입이 약 400만원이라고 밝혔다. 하부 조직원을 거쳐 행동대장이 되는 나이는 30대다. 그 나이가 되면 평균 이상의 월수입에 30평대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으며 취미로 골프를 즐긴다고 한다.

    갱단의 천국처럼 보이는 미국의 사정은 어떨까? 시카고대학의 경제학 교수 스티븐 레빗(Steven Levitt)은 어렵게 입수한 어느 마약 갱단의 회계장부를 분석해 ‘괴짜경제학(Freakonomics)’이라는 책에 실었다. 행동대장의 월수입은 우리 돈으로 70만원이 채 안 됐다. 하부 조직원의 월 수입은 그 절반에도 못 미쳐 대부분 부모에게 얹혀 살고 있었다.

    우리나라 자료는 평균치를 추정한 것이고 미국 자료는 어느 특정 갱단의 자료이므로 일대일 비교는 무리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한·미(韓·美) 간 1인당 GDP 차이를 감안하면 1000만원을 넘어야 마땅할 미국 갱단의 행동대장 월 수입이 고작 70만원 수준이라는 것은 우리의 상식을 뒤엎는 얘기다.

    두 나라 행동대장 수입 간에 왜 이런 엄청난 차이가 존재할까? 그 답을 구하려면 ‘조폭 서비스’가 법과 공권력의 대체재(substitutes)라는 사실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실제로 연구보고서를 보면 설문지 응답자의 10.7%는 “법에 의지할 여건이 안 되면 조폭을 이용하겠다”고 대답했다. 이것은 비아그라 구입 절차가 번거롭다 보니 효능은 의심스럽지만 구입이 손쉬운 중국산 정력제를 대체재로 찾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예컨대 어느 아파트 건설사 사장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만난 상대가 탁자에 칼부터 꽂는 조폭이라고 하자. 이때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것’이 현실이라면 그는 다른 조폭을 고용해 문제를 해결하려 들 것이다. 연구보고서를 보더라도 설문지 응답자의 12.2%는 “누가 조폭을 앞세워 공격한다면 나도 조폭을 동원하겠다”고 대답해 조폭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다.

    조폭 서비스에 대한 가격 역시 보통의 재화(財貨)처럼 시장에서의 수요·공급원칙에 따라 결정된다. 법 질서와 공권력의 권위가 확립되어 있는 미국의 경우 조폭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마약시장과 같은 불법 암시장에 국한된다. 낮은 수요에 비해 조직원의 공급은 넘쳐나는 곳이 미국의 조폭시장이다. 따라서 시장에서 결정되는 갱단 조직원의 수입은 극빈자 수준일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조폭 서비스 수요는 아주 높다. 그 이유는 미국에 비해 법의 권위가 크게 떨어질 뿐만 아니라 불법과 탈세가 많아 공권력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업종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에 비해 아직은 조직원의 공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조폭은 평균 3.9개 업종에 진출해 높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 조폭의 높은 수입은 더욱 많은 청소년들을 조폭 세계로 유인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생산적 분야로 가야 할 인력들이 조폭산업에 종사하게 되어 자원 배분의 심각한 왜곡을 초래하게 된다. 아울러 조폭산업 내 경쟁의 심화로 인해 범죄는 더욱 잔인해지고 범죄율은 걷잡을 수 없이 치솟게 될 것이다.

    이 문제의 해결방법은 명료하다. 조폭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미국처럼 공권력에 대한 수요로 바뀌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주면 된다. 쉽게 말해 법이 주먹보다 가깝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좌파 정부는 이와는 반대로 어설픈 탈(脫)권위와 인권 보호를 이유로 오히려 조폭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부추겨 왔다.

    법의 지배와 권위가 확립되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지금의 ‘조폭 천국’을 종식시킬 수 없다. 도덕성을 갖춘 강력한 지도자의 등장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강봉조 중앙경찰신문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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